강아지 사춘기

강아지 사춘기라니 말이 참 웃기고 재밌지요?

‘질풍노도의 시기’. 흔히 사춘기를 이렇게 표현하곤 합니다. 몸도 훌쩍 자라고 욕구도 왕성해지는 시기에 반항적인 행동을 보이거나, 성인도 어린아이도 아닌 상태에서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하는 시기를 표현하는 단어입니다.

 

개들에게도 이런 ‘사춘기’가 있습니다. 반려인들은 개의 사춘기를 줄여서 ‘개춘기’라고 표현하기도 하죠. 반려견의 행동이 사춘기 청소년들의 행동과 매우 유사하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이 시기 반려견들은 다른 어떤 시기보다 호기심과 에너지가 왕성하고 그만큼 사고도 많이 칩니다. 마냥 귀여웠던 강아지 시절과는 달리 반려인을 매우 힘들게 하는 시기이기도 하죠. 이번 ‘다시 쓰는 개 사전’에서는 반려견이 ‘개춘기’에 보이는 행동과 이 시기를 어떻게 하면 잘 보낼 수 있는지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개춘기’는 언제 올까요?

생후 6개월 정도 된 반려견은 사람 나이로 환산했을 때 10대로 접어드는 나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 시기가 반려견 사춘기의 시작점이라고 설명합니다. 이 시기의 반려견은 마냥 작고 귀엽던 강아지가 아닙니다. 신체는 어느 정도 성장한 상태이고 활동량도 매우 많아지는 시기입니다. 이 시기를 지나 생후 18개월이 되면 사람 나이로 환산했을 때 20세 정도가 됩니다. 이때 ‘개춘기’가 끝난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사춘기 시기 반려견은 신체에 비해서 정신이 성숙한 상태는 아니기 때문에 주의가 산만해질 수 있습니다. 신체가 성장해서 호르몬은 어릴 때보다 더 많이 분비되지만 신체를 통제하는 방법을 모르기 때문에 더욱 움직임이 산만해지는 거죠.

 

‘개춘기’에 접어들게 되면 주변 환경에 대한 관심도 이전보다 훨씬 높아집니다. 어떤 대상의 냄새를 감지하게 되면 그 대상으로 향해 가려는 마음이 더 강해지고 그만큼 기존보다 더 강해진 신체 능력을 이용해 빠르게 대상을 향해 접근하려고 합니다.

우리 반려견, 문제 있는 건 아닌가요?

 

강아지 시절에 비해 움직임이 산만해지고 이것저것 물어뜯는 반려견의 행동에 반려인은 걱정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 시기에는 ‘이리 와’같은 지시어에도 잘 반응하지 않기 때문에 삐딱해진 반려견이 반려인에게 ‘문제 행동’으로 반항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된다는 뜻이죠.

 

하지만 이에 대해서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합니다. 반려견의 상승한 신체 능력과 늘어난 호르몬 분비 때문에 나오는 자연스러운 행동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이 시기에 반려견이 산만하게 움직이고, 이것저것 물어뜯는 행동은 신체 ∙ 정신적으로 건강하기 때문에 나오는 행동이라고 합니다.

 

반려인의 지시어를 잘 따르지 않는 것 또한 그만큼 호기심을 자극하는 대상이 많기 때문입니다. 앞서 ‘반려견 이름 부르기’ 편에서도 말씀드렸듯, 반려견의 이름을 불렀는데 오지 않는 이유는 다른 일에 열중하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탐색할 대상이 많아 반려인의 부름에 잘 대응하지 않는 것일 뿐, 특별한 이유로 반려인에게 반항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기억해 주세요.

 

역으로 반려견이 이 시기에 활동을 많이 하지 않고 움츠리는 행동을 보인다면 얌전하다고 안심할 일이 아니라 무언가 트라우마가 있는 건 아닌지 걱정해야 합니다. 한창 새로운 대상에 호기심을 자극받으며 탐색을 할 시기에 어떠한 자극에도 반응 없이 웅크려 있다면 자극을 두려워한다는 신호일 수 있기 때문이죠. 더 나아가 성견이 됐을 때 사회성에 문제를 보이며 공격성까지 드러내는, 더 심각한 문제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반려견의 사춘기는 분명 반려견이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그럼에도 반려인에게는 여간 스트레스가 아니겠죠. 집안의 물건들이 반려견의 흥미로운 탐색 대상이 되어 훼손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집안에서 살고 있는 현대 사회의 반려견일수록 더욱 이런 문제를 보이곤 합니다. 마치 사춘기 청소년들이 제약된 행동반경에서 자신들의 넘치는 에너지를 발산하지 못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게다가 ‘개춘기’를 거치는 반려견들은 외부 자극에 더 잘 반응하기 때문에 집에 문을 열고 손님이 들어올 때도 마구 돌진하며 손님을 당황하게 할 수도 있고, 이런 행동에 놀란 손님이 넘어져서 사고가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또한 반려견은 생후 6개월부터 성적 발육이 시작됩니다. 이때 중성화되지 않은 수컷 반려견이 냄새로 암컷의 존재를 느끼게 되면 본능적으로 달려가게 됩니다. 그러다 보면 다른 반려견에게 피해를 끼칠 수도 있겠죠. 또한 수컷 반려견이 밤늦게 암컷 반려견의 존재를 느껴 집 밖으로 나가려고 시도하는 경우도 이때 부쩍 많아지게 됩니다. 이로 인해 가출을 하는 반려견도 많아지고, 집 밖에서 사고를 당하는 반려견도 생기게 됩니다.

 

 

'개춘기' 반려견은 성적으로 성숙할 시기이기 때문에 수컷 강아지가 암컷에게 달려들 수도 있다. 펙셀스

‘개춘기’ 시절의 행동들은 반려견을 유기하는 이유 중 하나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SBS 데이터저널리즘팀 ‘마부작침’이 2010~2017년 농림축산검역본부에 공고된 유기견 총 40만3,037마리의 나이를 분석한 결과 29.9%가 만 1세 이전 이었습니다. 반려견의 사춘기 시절 보이는 행동들을 잘 알지 못한 채 반려견을 입양한 이들이 반려견의 자연스러운 ‘개춘기’ 시절 행동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반려견을 유기하게 되는 것이죠.

 

‘개춘기’ 반려견, 어떻게 대처하죠?

사춘기 시절 반려견이 산만하게 움직이거나 물건을 훼손하는 등의 행동은 앞서 말씀드린 대로 자연스러운 호르몬 분비와 신체 능력 향상 등에 의한 결과입니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우선 이 시기에 반려인을 힘들게 한다고 해서 감정적으로 반려견을 대하면 안 된다고 조언합니다. 반려견은 자신에게 다가오는 새로운 자극에 더 집중하고 있을 뿐, 반려인을 의도적으로 화나게 하려고 행동을 하는 게 아니라는 생각을 하며 감정 조절을 해야 합니다. ‘몸만 어른이지 아직 정신까지 자라진 않았구나’라고 생각하며 과도하게 혼내지 말아주세요.

 

그리고 반려견에게 최대한 많은 경험을 하도록 도와줘야 합니다. 활발해진 만큼 더 많이 뛰어놀고 친구를 만날 수 있도록 반려견 놀이터를 함께 가는 등 최대한 반려견이 에너지를 발산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또한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많은 놀이를 준비하는 방법도 좋습니다. “피곤한 개가 가장 행복한 개”라는 반려인들의 오래된 격언은 ‘개춘기’ 시기에도 좋은 효과를 보일 겁니다.

 

다음으로 필요한 것은 교육입니다. 기존 강아지 시절부터 하던 지시어 교육, 배변교육, 크레이트(이동장) 교육 등을 이 시기에는 다시 반려견에게 해 줘야 합니다. 다양한 자극을 받아 산만해진 반려견이 처음 교육받던 당시의 보상보다 더 흥미로운 대상들을 더 많이 접할 수 있는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6개월 이하 어린 강아지들의 교육이 단순했다면 이제는 ‘기본 교육’에서 한발 더 나아가 다양한 행동을 유도하며 반려견에게 ‘새로운 과제’를 부여해야 합니다. 가령 ‘이리 와’와 ‘앉아’를 함께 병행하거나 ‘경례’ 등의 추가적인 지시어 교육을 통해 기존보다 더 어렵고 복잡한 미션을 던져주세요.

 

성적인 문제를 보이는 반려견의 문제를 해결하는 법은 반려인의 계획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우선 새끼를 보고 싶은 반려인이라면 짝짓기를 시도해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반려견의 새끼를 볼 계획이 없는 반려인이라면 이 시기에 성적 욕구를 억제하려고만 하면 반려견이 스트레스로 인해 문제행동을 보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따라서 원치 않는 짝짓기를 막고 문제행동도 방지하기 위해 중성화 수술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반려견의 상태를 수의사와 함께 살펴본 다음 수술 여부를 결정해 주세요.

 

반려견의 사춘기는 반려견과 반려인이 일종의 ‘성장통’을 겪는 시기입니다. 반려 생활에 어려움이 닥칠 때는 반려인의 ‘올챙이 시절’을 한번 떠올려 보세요. 어쩌면 과거의 자신을 지켜보던 어른들의 모습이 떠오를지도 모릅니다. 어른의 마음으로 인내심을 갖고 반려견의 행동을 지켜보고, 현명하게 ‘개춘기’를 통과하면 앞으로의 반려생활 역시 순탄해질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