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은 스포츠를 사랑합니다. 경기를 관전하거나, 직접 스포츠를 하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열정을 쏟아내죠. 특히 그중에서도 둥근 공이 오가는 구기종목에 열광하죠. 여기저기 굴러다니는 것을 던지고, 차고, 치는 각종 운동에 역동성을 느끼는 것인데, 이는 단순히 사람만의 전유물은 아닌듯 합니다. 우리의 반려견들 역시 여기저기 굴러다니거나 날아다니는 공을 보면 잡기 위해 열심히 뛰어다닙니다. 심지어 사람의 스포츠 경기장에서 공을 보고 난입하는 강아지가 화제가 될 정도니까요.
본능도 사회적 경험이 동반돼야 한다
던진 공을 반려견이 쫓아 달려가 물어오는, 어떻게 보면 단순해 보이는 공놀이가 주는 효과는 반려견에게 상당합니다. 강아지를 키우는 이들이라면 한 번쯤은 해봤을 만큼 가장 기초적이고, 가장 많이 하는 놀이죠. 그 이유는 반려견이 공을 쫓아다니는 데 최적의 신체조건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반려견 눈의 구조와 기능’편에서 설명드린 것처럼 반려견은 사냥을 하면서 진화한 동물이라 움직이는 물체에 대한 시각 능력은 훌륭하죠. 이렇게 타고난 동체시력이 있기 때문에 반려견은 공놀이를 잘 할 수 있는 것입니다.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공이라는 놀이 수단 덕분에 반려견은 에너지를 발산하면서 스트레스도 풀고, 신체 근육도 향상되는 이중, 삼중의 효과를 얻게 되는 것이죠. 그러다 보니 반려인들은 산책 코스를 구성할 때 놀이터에서 공을 던져주는 과정을 항상 머릿속에 그려두기도 합니다. 더군다나 악천후 등으로 인해 밖으로 나갈 수 없는 사정이 생겼다 하더라도 간단한 공놀이는 할 수 있습니다. 만일 집 안에 넉넉한 공간이 있다면 좁은 범위나마 공을 던져주고 가져오게 하는 놀이를 통해 어느 정도는 반려견의 욕구를 해소해줄 수도 있죠.
우리 곁에 있는 반려견들이 공에 열광하는 모습 때문에 다른 동물들도 공이나 다른 사물을 보면 비슷한 반응을 보일 것이라고 여길 수 있지만, 실제로는 공이나 사물에 흥미를 느끼는 동물은 극히 제한돼 있다고 합니다. 전문가들은 아직 몇몇 조류나 일부 포유동물에서만 사물을 가지고 노는 모습을 포착했을 뿐, 어류나 양서류 등 그 외에 다양한 동물들에게서는 이러한 모습을 볼 수 없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반려견은 왜 공과 같은 사물을 가지고 노는 것에 익숙해져 있을까요? 이는 사회적인 영향이 큽니다. 인류가 오래전부터 공을 가지고 노는 모습을 가까이서 지켜봤기 때문에 개 또한 이를 익숙하게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죠.
물론 수 세기에 걸쳐 사물을 가지고 노는 게 유전자에 쌓여 본능이 되었다고 해서 모든 개가 공만 보면 바로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것은 아닙니다. 동물행동학자 패트리샤 맥코넬의 저서 ‘당신의 몸짓은 개에게 무엇을 말하는가’에 따르면 반려견의 성장 환경 또한 놀이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고 합니다. 본능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드러나는 만큼 그 행동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사회적인 경험이 필요하다는 것이죠. 태어났을 때부터 건강한 성장 과정을 거친 반려견은 사물에 흥미를 가지고, 장난감으로 어떻게 반려인과 놀이를 할지 교육을 받으며 행동이 정립됩니다. 반면, 외부 자극을 거의 받지 않고 메마른 환경에서 자란 개들은 구조된 뒤에도 낯선 이들과의 접촉을 꺼리는 모습을 보이는데, 이들의 공통적인 행동은 장난감을 주더라도 그것에 흥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가지고 놀려 하지 않는 것입니다. 경험이 제약돼 있기 때문이죠. 따라서 이와 같은 반려견에게 공놀이의 재미를 느끼게 하려면 꽤 많은 시간을 쏟아 교육을 진행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습니다.
“반려견이 공을 가지고 그냥 가버리는데요?”
만일, 경험이 제한된 유기견이나 학대받다 구조된 개를 입양한 반려인이라면 공놀이가 얼마나 재미있는 놀이인지를 반려견에게 알려주기 위한 교육을 진행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공과 친해지도록 도와줘야 합니다. 작은 테니스 공을 잘라 그 안에 간식을 넣어주면서 반려견이 공 안에 뭔가 ‘좋은 것’이 있다는 것을 느끼도록 해 줘야 합니다. 이 방법은 반려견의 후각 본능을 일깨우는 노즈워크의 일종으로도 활용할 수도 있죠. 다만 이는 좀 시간이 걸릴 수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한두 번의 좋은 경험만으로 반려견의 모습이 급격하게 바뀌기를 기대하기는 어렵기 때문이죠. 인내심을 가지고 천천히 반려견에게 공의 매력을 알려주세요.
만일 건강하게 태어나 반려인 가정에서부터 자라기 시작한 어린 강아지라면 세상 모든 것에 관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공에도 매력을 느끼고 자연스럽게 코와 입을 가져가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강아지가 공을 친근한 대상으로 느낄 뿐, 이것을 가지고 ‘사람과 함께’ 놀아야 할지를 알려줘야 하는 것은 반려인의 몫입니다.
이때 반려견에게 필요한 지시어 교육은 바로 ‘가져와’ 교육입니다. ‘가져와’ 교육의 핵심은 반려인에게 물건을 가져왔을 때 무언가 ‘좋은 일’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겁니다. 따라서 적절한 보상을 항상 준비해야 하는데 그것은 간식이 될 수도 있고, 다른 흥미로운 장난감이 될 수도 있습니다. 우선 작은 테니스 공에 간식을 넣는 법은 앞서 말씀드린 ‘공과 친해지기’ 교육 방법과 동일합니다. 다만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은 반려견이 스스로 간식을 꺼내 먹지 못하도록 작게 공을 잘라야 합니다. 그런 다음 공을 던져준 다음 ‘가져와’라는 지시어를 내려줍니다.
그러나 처음에는 이 지시어가 무슨 뜻인지 모르기 때문에 반응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때 무릎을 치거나 손짓하면서 반려견에게 이곳으로 오라는 표시를 해 줘야 하죠. 만일 개가 공을 가져왔다면 공에서 간식을 꺼내서 주도록 합니다. 만일 간식이 아닌 방법을 택한다면 이때 공이랑 다른 장난감을 바꿔서 주시면 됩니다. 이 과정을 반복 학습하게 되면 반려견은 자연스럽게 보상을 기대하면서 공을 가져오게 될 겁니다.
이제 실전입니다. 넓은 놀이터에 가서 반려견에게 공을 던져주세요. 그런데, 반려견이 ‘가져와’를 연습하던 것과 달리 갑자기 공을 가지고 멀리 달리기 시작합니다. 갑자기 넓어진 공간에서 신나게 달릴 수 있기 때문에 실내에서 진행하던 ‘가져와’교육과는 상황이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이때 당황해서 ‘이리와’를 계속 외쳐봐야 반려견은 듣지 않습니다. 오히려 반복적으로 외치면 자신을 독려하는 소리인 줄 알고 더 멀리 달려가죠. 마치 ‘나 잡아봐라~’라고 하는 것처럼요. 이렇게 쫓고 쫓는 것은 반려견의 자연스러운 본능이고 개들이 노는 방식인 만큼, 반려인을 골탕 먹이려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알고 대처해 주세요.
또 한가지 기억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너무 먼 곳으로 공을 던지지 말아 주세요. 횟수 또한 너무 많을 필요가 없습니다. 처음 한두 번, 다음에는 두세 번… 천천히 횟수를 늘려서 반려견과 놀아주시면 됩니다. 그다음 멀리 공을 던졌을 때도 반려견이 돌아오지 않으면 그때는 자리를 가만히 지켜주거나 반려견의 반대 방향으로 걸어가세요.
그러면 반려견은 멀어지는 반려인을 찾아 스스로 다가올 겁니다. 그때 간식과 같은 보상으로 반려견에게 ‘여기로 공을 가져오면 더 좋은 게 있어’라고 알려주세요. 이와 같은 방식으로 공놀이의 규칙을 세우면 반려견과 반려인 모두 신나게 주고받는 공놀이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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