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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 견 생활과 상식

반려 견 서열

by 행복하갱 2023. 3.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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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은 로봇이 아닙니다. 우리는 반려견의 귀여운 모습만 계속 보고 싶을 수 있지만, 반려견 역시 희로애락의 감정을 가지고 있는 생명체입니다. 기쁠 때나 즐거울 때는 한없이 귀여워 보이지만, 화를 내거나 두려워할 때 반려견은 본능적으로 공격성을 보이곤 합니다. 사람이 난감할 때가 바로 이때입니다. ‘도대체 개가 왜 내게 공격성을 보이는 거야?’하는 의문 때문입니다.

 

이 의문의 답변 중 가장 명쾌해 보이는 건 서열입니다. 개가 사람보다 우위에 있다고 여기기 때문에 공격성을 보인다는 뜻이죠. 이 생각을 가진 사람들은 반려견이 공격성을 보이지 않기 위해서는 사람이 반려견보다 우위에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설명합니다. 심지어는 힘으로 제압해 누가 리더인지 보여주라는 조언을 듣는 반려인들도 있습니다. 설사 폭력을 행사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음식을 먹을 때는 같이 먹거나 나눠주지 말라는 조언도 있죠. ‘그렇게 오냐오냐 키우면 기어오른다!’라는 말과 함께 쓰이곤 합니다. 그런데, 과연 이런 주장이 맞는 걸까요? 반려인은 반려견과의 관계를 어떻게 맺어야 하는 걸까요? 이번 다시 쓰는 개 사전에서는 반려견의 서열의식과 관련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개의 서열과 그 의미

 

집단생활을 하다 보면 갈등이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한정된 자원을 놓고 그것을 차지하기 위한 갈등이 가장 원초적이죠. 이를 정리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바로 권력입니다. 권력을 가진 우두머리가 한정된 자원을 효과적으로 배분하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야생 생활을 하는 개 역시 무리 생활을 하는 동물인 만큼 이러한 서열 구조로 이뤄졌을 것이라고 추정하곤 합니다. 1940년대의 전문가들은 늑대를 대상으로 관찰한 결과 알파 늑대라는 리더가 존재하고, 그의 리더십에 따라 무리가 유지되며 다른 늑대들은 알파 늑대에게 순종한다는 결론을 내놓았습니다. 개 역시 늑대와 같은 과에 속하기 때문에 같은 방향으로 적용하죠. 이를 우위성 이론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이 주장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해당 연구 결과가 이후 다른 전문가들에 의해서 반박됐기 때문입니다. 당시 연구는 포획된 늑대 2마리를 대상으로 진행했기 때문에 야생 늑대의 습성으로 일반화하기에는 무리가 있고, 따라서 이게 자연스럽게 형성된 서열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거죠.

 

또한 늑대의 서열을 개에게까지 일반화시키기에는 어렵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개와 늑대는 같은 유전자를 공유하고 있지만, 1만 년 넘는 시간 동안 서로 살아온 공간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개는 사람 가까이서 정착했고, 늑대는 야생에서 살아왔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늑대의 서열 관계를 개에게 일반화시키는 것은 위험하다는 뜻입니다.

 

물론 개에게도 서열이 보이는 듯한 행동들은 여기저기서 관찰됩니다. 흔히 복종의 의미로 배를 보인다는 행동을 예로 들 수 있죠. 다만, 이 또한 무조건 복종의 의미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두려워서 하는 행동이라면 복종에 해당하겠지만, 놀기 위해서 하는 행동이라면 경계심이 완전히 해제된 상태를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전문가들은 이를 토대로 개에게 서열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알 수 없다고 말합니다. 개체들마다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개의 서열 의식을 일반화할 수 없다는 뜻이죠. 어떤 개는 적극적으로 서열을 차지하기 위해 투쟁심을 드러내는 반면 어느 개는 그런 것에 크게 관심이 없을 수 있습니다. 권력에 대한 관점이 사람마다 다른 것과 비슷하죠.

 

더군다나 한정된 자원을 차지하기 위해 서열이 필요하다면, 반려인이 식사를 마련해 주고,, 쉴 공간을 마련해 주는 현대 사회의 반려견은 더더욱 사람과 서열을 다툴 필요가 없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미국 동물행동수의사회(The American Veterinary Society of Animal Behavior)사람과 반려견 사이에는 먹이를 공유하지 않기 때문에 우위성 이론은 폐기돼야 한다"라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반려견의 공격성과 서열의 관계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사람과 개의 관계에서 서열이라는 개념이 작용하는지는 앞서 보셨듯 찬반양론이 오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공격성이 무조건 서열 의식을 가지고 보이는 행동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공격성을 보이면 반려견이 기어오른다고 생각하면서 엄하게 대처할 것만 생각하는 반려인이 일부 있습니다. 하지만 개가 보이는 공격성은 그 이유가 다양합니다. 물론 그중에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공격성을 보이는 모습도 있지만, 그것만이 개가 공격성을 보이는 모든 이유는 아닙니다.

 

개는 두려울 때도 공격성을 보이고, 영역을 지키기 위해 공격성을 보이기도 합니다. 이는 방어적 성격을 띠는 공격성입니다. 사실 사람과의 관계에서 상당수의 개들은 이러한 공격성을 보일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일반적으로 사람의 키가 개들보다 크기 때문입니다. 이럴 경우 개는 아무리 낯선 사람이 다정하게 쓰다듬으려 해도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기 때문에 위협을 느낄 수 있습니다. 게다가 반려견이 방어적 성격으로 공격성을 보일 때는 특정 부위가 아파서일 수 있습니다. 사람이 어딘가가 아플 때 성격이 예민해져서 날카로운 반응을 보이는 것과 유사하죠.

 

이렇게 개가 보이는 공격성의 원인은 다양합니다. 서열은 공격성을 보이는 수많은 원인 중 하나일 뿐입니다. 그런데 그런 공격성에 엄하게 대처한다는 이유로 공격적으로 반려견을 대하거나 위협적인 행동을 보인다면 반려견은 그때부터는 두려움에 더욱 공격적인 태도를 보일 것입니다. 따라서 공격성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면 공격성을 보이는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어디 아픈 곳은 없는지를 우선 살펴본 뒤, 행동상의 맥락을 잘 파악해야 합니다. 이 모든 것을 다 파악한 뒤에야 서열 문제를 고민해 볼 수 있겠죠.

폭군이 되시겠습니까?

반려견과의 관계를 설정하는 데 최악의 유형은 우위를 보여준다는 이유로 반려견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유형입니다. 아직 반려견에게 거친 행동을 통해 제압하는 게 개를 다루는 최선의 방식이라고 여기는 분들이 계시지만, 이는 반려견의 두려움만 증폭시킬 뿐입니다. 두려움이 증폭돼봐야 반려견이 하는 행동은 한동안 공격성으로 폭력에 반항하다가도, 물리적으로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인지한 뒤에는 반려인을 피할 겁니다. 그 뒤에는 반려인의 심기를 거스르려 하지 않기 위해 얌전히 있을 뿐, 진심으로 반려인을 좋아해서 나오는 행동들은 나타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결국 반려견 입장에서 반려인은 동반자가 아닌 폭군이 될 뿐이죠.

 

심지어 반려견과 반려인 사이에서도 서열 개념이 작용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전문가들조차 폭력적으로 반려견을 다루는 것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입니다. 그들도 서열을 통한 투쟁이 아닌 방식으로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교육을 통해 반려견의 공격성을 완화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반려견에게 나는 이런 행동을 하면 네가 좋아하는 것을 줄 거야라고 설명하는 것이죠. 공격성을 보일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반려견과 눈을 맞추지 않고 잠잠해지기를 기다린 다음 간식이나 좋아하는 장난감 등으로 보상을 주는 방식이죠. 이처럼 최근 행동학을 연구하는 전문가들은 반려견과 반려인이 서열 기반의 관계를 맺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깊은 신뢰를 통해 반려견과 반려인이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지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일반적인 해법입니다. 정확한 공격성의 원인은 개체별로 다르기 때문에 전문가상담을 통해 반려견이 왜 공격성을 보이는지 파악 후 대응 방안을 찾아야 합니다. 당연히 이 방식은 인내와 끈기를 필요로 합니다. 단번에 폭력적인 행동으로 반려견을 제압하는 것보다는 훨씬 어렵죠. 하지만 반려견을 당신의 장식품이 아닌 함께 숨 쉬는 가족이라고 생각한다면 반려견을 대하는 태도 역시 물건의 주인이 아닌 동반자의 자세여야 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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