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 신부전

신체는 몸 밖에서 영양분을 섭취하고, 섭취한 영양분을 몸 안에서 분해하고 합성해 에너지를 만듭니다. 그 과정에서 나온 부산물 중 신체에 해롭거나 필요가 없는 물질은 몸 밖으로 내보내죠. 유기체 안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과정을 ‘대사’라고 부릅니다. 다시 말하면 이는 사람의 몸뿐 아니라 우리의 반려견의 몸 안에서도 벌어지고 있는 일이라는 뜻이죠.

 

사람과 반려견은 해로운 노폐물을 소변, 대변 등을 통해 몸 밖으로 내보냅니다. 그런데 만일, 몸에서 분해된 부산물 중 인체에 해로운 물질이 몸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신장의 구조와 역할

신장은 반려견의 갈비뼈 끝부분 양쪽에 각각 위치해 있습니다. 완두콩 모양이며 어두운 붉은빛을 띠고 있기 때문에 흔히들 콩팥이라고 부르기도 하죠. 신장은 앞서도 말씀드렸듯 혈액 속 신체의 해로운 물질을 걸러내고 소변으로 내보내는 일을 합니다. 신장 속 이 역할을 하는 모세혈관, 조직, 요관 등의 기관들을 묶은 기능적 기본 단위를 ‘네프론’이라고 부릅니다. 반려견의 신장에는 이 네프론이 200만 개 정도 있습니다. 네프론 중에는 ‘사구체’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 사구체에 자리하고 있는 모세혈관이 노폐물을 걸러내는 역할을 해줍니다. 사구체를 통해 걸러낸 노폐물이 담긴 소변은 요관을 통해 방광으로 넘어가는데 신장의 요관은 ‘세뇨관’과 ‘집합관’으로 나뉩니다. 각 네프론에서 만들어진 소변은 세뇨관을 통해 집합관으로 모이고, 집합관에 모인 소변은 요관을 통해 방광으로 들어가 잠시 저장된 다음 요도를 통해 몸 밖으로 배출됩니다.

 

심한 탈수증을 보이는 ‘급성 신부전’

신장은 반려견의 체내 독소와 노폐물을 내보내고, 체내에 필요 없는 수분을 배출하면서 혈액 속 성분을 일정한 상태로 유지하게 해줍니다. 문제는 이런 신장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게 될 때 벌어집니다. 체내에 유해한 물질을 밖으로 내보낼 수 없기 때문에 전신의 문제가 발생하게 되죠. 반려인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봤을 ‘신부전’이라는 병은 바로 이때 일어납니다.

 

신부전은 크게 급성 신부전과 만성 신부전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신부전이라는 이름을 공유하고 있는 만큼 신장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는 점에서는 두 병이 비슷하지만, 원인부터 병세, 증상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치료법도 다릅니다.

 

급성 신부전은 말 그대로 단기간 신장에 상당한 변화가 일어나기 때문에 상태도 급격하게 악화됩니다. 급성 신부전에 걸린 반려견은 식욕이 전혀 없고, 구토, 설사를 동반한 탈수 증상을 보입니다. 심각하면 구강까지 건조해지죠. 소변도 잘 나오지 않거나 아예 소변을 보지 못하기도 합니다. 그러다 보면 체내에 노폐물이 빠르게 쌓이기 때문에 혈액에 유해 물질이 쌓이는 ‘요독증’을 보이기도 합니다. 요독증으로 인해 유해 물질이 해소되지 않은 혈액이 몸속에 돌아다니면 이는 몸 곳곳에 있는 장기들에도 이상이 생깁니다. 상태가 악화되면 반려견이 경련을 일으키고, 혼수상태에 빠져 사망에 이르기도 하죠.

 

급성 신부전에 걸리면 단백질을 분해하고 합성할 때 생기는 질소화합물을 제대로 내보내지 못하기 때문에 혈액 속 질소 농도가 상승하는 ‘고질소혈증’이 됩니다. 칼륨 또한 배출되지 않아 ‘고칼륨혈증’도 함께 나타납니다. 혈액 중에 칼륨이 높아지면 심장 장애를 일으킬 수도 있어 위태로울 수 있습니다.

 

급성 신부전의 원인은 신장 자체에 이상이 있는 경우, 그리고 그 외에 기관에 이상이 생겨 신장이 제 기능을 못하는 경우로 나뉩니다. 신장 자체에 이상이 있는 질병은 급성사구체신염이 있습니다. 앞서 신장의 기능을 구성하는 기본 단위인 네프론에 사구체가 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급성사구체신염은 이 사구체가 아데노바이러스 등에 감염되거나 면역작용에 이상이 발생했을 때 염증이 발생하는 것을 말합니다.

 

신장 밖 기관에서 이상이 생겨 신장이 제 기능을 못하는 대표적인 사례는 바로 요로결석입니다. ‘반려견 요로결석’ 편에서 설명드린 것처럼 요로결석이 심해지면 소변 배출이 잘 안되면서 신부전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만일 탈수 증상을 보이거나 소변을 잘 보지 못한다면 급성 신부전을 의심하고 병원을 찾아야 합니다. 병원에서는 소변검사나 혈액검사를 주로 하는데 소변이 잘 나오지 않을 경우 혈액 속 질소화합물을 확인하는 검사를 진행합니다. 질소화합물 검사는 혈중요소질소(BUN), 크레아티닌(CRE) 검사를 시행합니다.

 

검사를 통해 신부전을 확인했다면 소변의 양을 늘리고 질소화합물을 체내에서 제거하는 치료를 진행해야 합니다. 일단 수분을 보충하기 위해 수액을 투여해야 하는데, 만일 고칼륨혈증이 같이 진행된다면 칼륨이 적은 수액을 택해야 합니다. 또한 신부전에 걸리면 혈액이 산성으로 변하는 만큼 수액은 알칼리성으로 조정된 것을 사용하도록 합니다.

 

이와 같이 치료를 진행하면 소변량이 늘어나 질소화합물이 몸 밖으로 배출될 수도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할 수도 있습니다. 질소화합물을 배출하기 위해 대형견은 혈액투석을 진행할 수도 있고, 몸 안에서 질소화합물을 흡착시키는 알약을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이 약은 질소화합물을 흡착해 소화기관을 통해 질소화합물이 몸 밖으로 빠져나올 수 있도록 만듭니다.

 

언제 찾아왔는지도 모를 ‘만성 신부전’

만성 신부전은 외관상 증상이 잘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쉽게 알아채기 어렵습니다. 수개월에서 수년 사이 천천히 신장 기관이 손상돼 발생하는 신부전인 만큼 몸의 균형이 어느 정도 유지되다가 증상이 악화되기 때문에 악화된 뒤에야 몸 상태가 이상하다는 것을 반려인이 눈치채게 됩니다. 만성 신부전은 오랜 기간 신장 문제가 쌓였다 나타나는 만큼 나이 든 반려견에게 잘 발생합니다.

 

만성 신부전은 급성 신부전과 달리 소변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만성 신부전 초기에는 요독증도 잘 발생하지 않죠. 대신에 혈액 중 칼슘이 잘 흡수되지 않고 소변과 함께 빠져나가기 때문에 뼈가 약해질 수 있습니다. 이를 ‘신성골이영양증’이라고 하는데, 이는 신부전의 징후일 수 있으므로 병원에서 혈액검사를 통해 혈중 칼슘 농도를 확인해야 합니다. 만일 진단을 받지 않아 이보다 상태가 나빠진다면 신장 기능이 떨어져서 생기는 고질소혈증 때문에 요독증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만성 신부전의 주된 원인은 만성사구체신염이 있습니다. 만성사구체신염은 신장 세포가 노화되면서 생기는데, 증세가 잘 나타나지 않아 확인이 어렵지만, 단백질이 잘 분해되지 않아 소변에 단백질이 함께 나오는 단백뇨 증상이 생길 수 있고, 이로 인해 혈중 단백질이 떨어지는 저단백혈 상태가 될 수 있습니다.

 

만성 신부전의 치료를 위해서는 체내 단백질 합성을 촉진하는 단백질동화호르몬을 투여해야 합니다. 또한 칼슘제를 투여해 신성골이영양증을 치료해야 하죠. 식이요법 또한 중요합니다. 검사를 통해 나온 반려견 상태에 맞춰 수의사와 상의한 뒤 단백질과 염분을 잘 조절한 식사를 급여해야 합니다. 또한 스트레스가 심해지면 몸의 대사에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스트레스를 주지 않도록 노력해 주세요.

 

한번 약해진 신장 기능, 돌아오지 않아요

 

급성 신부전은 앞서 말씀드린 대로 신장 자체에 이상이 있거나, 신장 외부 기관에서 발생할 수 있지만, 잘못된 음식을 섭취했을 때도 발생합니다. 부동액 등을 통한 독성물질을 반려견이 실수로 먹었을 때나 포도와 건포도를 먹었을 때가 대표적이죠. 포도와 건포도의 어떤 성분이 반려견의 급성 신부전을 유발하는지는 명확하게 알려져 있지 않지만, 임상 사례를 통해 포도와 급성 신부전의 상관관계는 확실히 입증된 만큼 반려견 곁에 포도를 가까이 두지 말아 주세요.

 

만성 신부전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평소 물을 충분히 먹도록 해주셔야 합니다. 특히 건사료를 급여하고 있는 가정이라면 수분이 부족할 수 있으므로 물 급여에 더 신경을 써 주셔야 합니다. 또한 여섯 살이 넘어가면 최소한 1년에 두 번은 동물병원에서 건강검진을 통해 신장에 이상이 없는지 살펴주세요. 전문가들은 최신 검사 기법을 도입하는 병원이 늘면서 조기에 신장 기능 저하도 잘 잡아낼 수 있을 만큼 만성 신부전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예방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신부전으로 신장 기능의 일부가 약해졌다면, 이를 다시 정상으로 회복할 수는 없습니다. 최대한 예방에 힘써주시고, 한번 신부전을 겪은 반려견은 신장 기능이 더 나빠지지 않는 방향으로 남은 생을 살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