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에게 소변은 단순히 노폐물을 배출하는 수단이 아닙니다. 소변은 반려견이 다녀간 장소에 냄새를 남겨서 다른 개에게 ‘자신이 여기 있다’라고 알리는 방법이기도 하고, 장소를 기억하기 위해 자신의 냄새를 남기는 수단이기도 합니다. 다시 말하면, 소변은 반려견에게 있어 소통의 도구인 셈입니다. 이처럼 다양한 역할을 하는 소변을 볼 때 통증이 생긴다면 얼마나 불편할까요?
요로와 요로결석
요로는 비뇨기관인 신장, 요관, 방광, 요도를 모두 일컫는 말입니다. 신장은 반려견의 몸에서 빠져나가야 할 노폐물을 걸러주는 작업을 하는 기관입니다. 신장에서 걸러진 물질이 소변에 담기면 소변은 요관을 통해서 방광으로 이동합니다. 방광은 소변을 저장하는 근육성 기관이며, 방광에 저장돼 있던 소변은 요도를 통해 배출됩니다.
여기서 기억해야 할 점은 암컷과 수컷의 요도 길이가 다르다는 점입니다. 수컷은 음경이 튀어나와 있기 때문에 암컷보다 요도의 길이가 깁니다. 수컷과 암컷의 요도 길이 차이 때문에 각각 취약한 요로 결석의 종류도 달라집니다.
요로결석은 이 요로에 영양분들이 쌓여 있다가 돌처럼 굳어지면서 발생하게 됩니다. 결석이 발생하면 소변이 잘 나오지 않거나 피가 섞여서 나올 수 있고, 심한 경우에는 신부전으로 이어져 체내의 유해한 물질을 배설할 수 없게 됩니다.
요로결석의 대표적인 원인은 수분 부족입니다. 반려견이 물을 많이 마시지 않아 수분이 부족해지면 몸속의 영양분을 운반할 수 없으므로 이 성분들이 몸에 쌓여 굳어져 버리는 것이죠.
요로결석은 생기는 기관마다 각각 증상이 달라서 발생하는 위치에 따라 달리 부릅니다. 신장에서 발견되면 신장결석, 요관에 걸리면 요관결석, 방광에는 방광결석, 요도에 발생하면 요도결석이라고 일컫습니다.
결석의 종류
결석은 몸의 영양분이 쌓여서 생긴 만큼 영양분의 성질이 다르면 결석의 성격 역시 다릅니다. 결석은 크게 스트루바이트와 칼슘 옥살레이트로 나뉩니다. 스트루바이트는 방광이 박테리아에 감염된 반려견의 몸에서 잘 발생하는 결석으로, 박테리아에 감염된 반려견의 소변은 수소 이온 농도(pH)가 알칼리성으로 높아지고 이때 마그네슘, 암모니아 등이 반응해 결석이 생깁니다. 스트루바이트 결석은 암컷 반려견에게서 많이 나타납니다. 왜냐하면 암컷의 요도가 수컷보다 짧기 때문에 박테리아가 방광까지 침입하기가 더 쉽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암컷에게 방광염이 더 많이 발생하고, 이는 스트루바이트 결석으로 이어지게 되는 거죠.
이론적으로 스트루바이트는 약물이나 처방 사료 등을 통해 녹여서 치료할 수 있습니다. 알칼리성 소변에서 발생하기 쉬운 만큼 약이나 식이요법을 통해 소변을 산성화시켜서 스트루바이트 결석을 녹이는 방법이죠.
하지만 전문가들은 실제로 스트루바이트 결석에 걸려 병원을 찾은 반려견들의 결석이 매우 크기 때문에 녹여서 치료하는 방법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설명합니다. 다만 이 방법은 엑스레이를 통해 촬영한 반려견의 몸에서 결석이 발견되지 않았는데 소변에서 소량의 스트루바이트 결석이 보일 경우에 한해서 수술을 대신하는 방법이 될 수는 있다고 합니다.
몸속에 있는 칼슘이 산성인 소변 성분과 만나서 발생하는 칼슘 옥살레이트 결석은 스트루바이트처럼 녹여서 치료할 수 없기 때문에 수술로 제거하는 방법 밖에 없습니다. 칼슘 옥살레이트는 스트루바이트에 비해 결석은 작지만, 모양이 날카로워 출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또 재발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치료 후 관리가 더 중요합니다.
증상과 치료
신장결석은 초기에는 잘 드러나지 않고, 증상도 크게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알아채기가 매우 힘듭니다. 그래서 다른 병을 진단하는 엑스레이 촬영 과정에서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하지만 결석이 커지면 신장 기능이 원활하지 않게 되면서 신부전 증상이 나타나게 되고 피가 섞인 소변을 보게 될 수 있습니다.
요관에 결석이 생긴 경우 심할 때는 급성 신부전이 발생할 수 있고 소변이 원활하게 이동하지 않는 만큼 신장에 물이 차는 수신증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요관 결석을 오래 방치해 두면 수신증으로 인해 신장의 모양까지 변할 수도 있습니다.
방광결석에 걸리면 피가 섞인 소변을 보는데 피가 소변 속에 장시간 있을 때는 혈액의 성분이 파괴되어 소변은 짙은 갈색을 띠게 됩니다. 또 방광에 생긴 결석으로 소변이 잘 나오지 않으면, 반려견은 아직 소변이 남아있다는 느낌을 받아 자꾸 소변을 보려고 하게 되죠. 소형견의 경우, 방광결석이 커진 상태라면 방광 주위를 만져볼 때 딱딱한 돌이 있는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요도를 막는 요도결석이 생기면 소변이 잘 나오지 않습니다. 반려견이 소변을 보려고 자세를 취하고 있어도 소변을 잘 보지 못합니다. 결석의 크기가 작다면 소변과 함께 배출될 수 있지만, 결석이 모두 빠져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반드시 별도의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또 요도결석은 요도에서 결석이 발생하기보다는 방광이나 신장에서 발생한 결석이 요도까지 흘러와서 막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언제든지 다시 생길 수 있습니다. 따라서 한번 결석이 나왔을 경우에는 수의사의 진단을 통해 다른 부위에도 결석이 있는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요로결석을 치료하는 법은 대부분 수술입니다. 하지만 스트루바이트와 칼슘 옥살레이트는 둘의 성격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결석의 성분을 꼭 확인해야 합니다. 스트루바이트는 알칼리성 소변에서 잘 발생하고 칼슘 옥살레이트는 산성 소변에서 잘 발생하기 때문에 치료 이후 관리를 해줄 때 어떤 성분의 결석에 걸렸느냐에 따라 소변의 pH를 조절하는 방향이 바뀌게 됩니다.
신장결석은 외과적 수술로 끝나는 경우가 많지만 방광결석은 방광염이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기 때문에 박테리아에 감염된 방광을 치료하는 항생물질을 함께 투여할 수 있습니다.
요도결석은 요도의 결석을 방광까지 밀어서 되돌린 다음 방광에서 결석을 빼내는 수술을 진행합니다. 요도를 직접 수술할 수도 있지만, 요도결석에 자주 걸리는 수컷 반려견의 경우 요도가 좁아서 수술한 다음 요도를 꿰맬 경우 요도가 좁아질 수 있기 때문에 수술 이후의 관리가 어려워집니다.
예방 및 재발방지법
요로결석을 예방하는 첫걸음은 바로 물을 주기적으로 잘 마시는 것입니다. 만일 반려견이 물을 잘 마시지 않는다면 반려견 급수 편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고기를 삶은 물 등 반려견이 맛있게 마실 수 있는 물을 주는 것이 좋습니다. 다만 질병을 앓고 있다면 수의사와의 상담을 통해 병에 영향을 주지 않는 선에서 급여해주면 좋습니다.
다음으로는 식이요법입니다. 요로결석의 원인이 영양분이 쌓여서 생기는만큼 과도하게 많이 먹는 영양분을 찾아내 줄여주면서 균형 잡힌 식사를 해줘야 합니다. 특히 단백질의 섭취량을 잘 파악해야 합니다. 단백질은 몸에서 분해되는 과정에서 암모니아를 만들어내는데, 이는 스트루바이트 결석에서 볼 수 있는 성분입니다. 단백질을 지나치게 많이 먹으면 스트루바이트 결석이 생길 확률이 높다는 것이지요. 미국 사료협회에서는 반려견에게 적절한 단백질의 양은 전체 섭취 영양소의 18% 수준으로 조절하라고 권고합니다. 염분 섭취도 관리해야 합니다. 염분 농도가 높은 음식을 먹으면 소변의 칼슘 농도가 증가해 칼슘 옥살레이트 결석이 더 쉽게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앞서 칼슘 옥살레이트 결석에 걸린 반려견은 다시 결석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고 말씀드렸는데요. 이는 감염이 주된 경로인 스트루바이트에 비해 칼슘 옥살레이트는 칼슘과 산성 소변의 결합만으로도 발생되기 때문입니다. 전문가들은 칼슘 옥살레이트 결석은 약 90% 정도의 재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관리를 진행한다고 합니다. 소변을 알칼리성으로 유지하는 처방 사료나 약을 꾸준히 복용해야 하고 이를 주기적으로 검사하는 세심한 사후 관리가 이뤄져야 합니다.
'반려 견 생활과 상식'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반려견 기관 질병 (18) | 2023.02.03 |
---|---|
유기견 입양 후 지켜야 하는 사항 (16) | 2023.02.02 |
반려견 피부 구조와 관리 (29) | 2023.02.01 |
반려견 신부전 (25) | 2023.01.31 |
반려견 자궁축농증 (25) | 2023.01.30 |
댓글